작전출동을 하기전에 막사옆에서 각 분대장들과...
살아가는 일에 매이다보니 뒤 볼새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문득 오늘이 10월 10일이라는 날짜를 확인하고 잠시 옛날을 회상해 본다.
80년도 10월 10일 군용열차에 몸을싣고 연무대로가서 다시 빨간모자의 저승사자에 붙잡혀 악명높은
여산 제2하사관학교에 몸을 맡기게 된다. 빨간모자(훈육하사)는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여 우리는 나중에라도 마누라나 자식들에게 빨간색 옷은 입히지 않는다고도 했었다.
이제부터 내 몸은 내것이 아니라 나라의 부름받아 하나의 물건으로 쓰여질 재목에 불과한 것이다.
식사동작이 늦다고, 밥 한톨 남겼다고 얻어 터지고, 눈동자돌리면 자갈밭에 탱크굴러가는 소리난다며
엄청난 얼차려를 받고, 잘근잘근 씹어서 뼉다구만 확 추려낸다며 엄포를 놓기도 하고,
너희같은 놈들 한놈 죽어봐야 관값 8천원이면 처리된다며
무지막지하게 씨부려대던 공포의 현장, 여산바닥 그곳에서 죽지못해 살아나온 과거가 있었다.
이제 세월이지나 젊은날 그 시절을 돌아보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그립기도하다.
사람은 그런가보다. 생각하기도 싫었던 지난날도 시간이 가면 지워지고 미워하고 보기싫은 사람도
언젠가 생각나기도 하고 지금의 현실이 괴롭더라도 잘 이기고나면 후에 그립고 추억으로 남는것인가보다.
특히나 어려운 일을 겪은 일일수록 더욱 그렇다.
지난번에 사지에서 함께했던 동기놈을 30년만에 만나서 회포를 푸는 술잔을 기울이다 코가 삐뚤어졌는데,
서로의 모습이 변한만큼 술에 대한 저항력도 예전의 체력을 따라갈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몇년전까지만해도 입영일인 오늘을 기념이라도하듯 전화질해서 소주한잔 나누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서로 살아가는일에 바쁘다보니 이도저도 아무것도 없다.
골백살을 먹어도 술자리에서 끊이지않는 군대얘기는 빠지지않는 안주거리로 영원히 남을것이다.
그리고 지나온 삶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웃기도하고 울기도하며 그렇게 인생고개를 넘어갈 것이다.
오늘도 뉴스에는 동부전선에서 뚫려버린 군의 현실을 보도하고 있다.
전역이 구멍투성이라는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다만 저 윗선에서만 모른다.
물 샐틈없는 철통경계 이상무 라는 소리를 참 많이도 듣고 살았다. 헛소리라는것을 난 안다.
우리의 군(軍), 진짜 군대로 만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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