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번째 맞이하는 쥐띠아내의 생일이다.
지난 한해동안 생사의 갈림길에서 허우적대며 버텨온 터라 새롭게 태어난 제 2의 생명으로 맞이하게 되는
특별한 생일이다.
미역을 물에 불려 들기름을 넣고 살살 볶은다음 물을 붓고 미역국을 팔팔 끓였다.
요리에는 잼뱅이인 나로서 색다른 음식을 준비하지 못하고 생일상이래야 미역국한그릇이 전부이지만 죽지않고
오늘의 이 모습으로 생일을 맞이한 것 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올해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니, 지난해 비를 맞으며 병원문턱을 드나들던 기억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일이 뭐 특별한 날이라며 유난을 떨고들 있는데, 굳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
서 생일에 관한한 그리 중요함을, 그리고 유난을 떨어야 할 만큼 중요성에 의미를 두지 않고 찾으려하지도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연유에는 또한가지 아픈 기억이 있다.
20여년전 처제의 죽음이 그것인데, 영영 이별을 예고했는지 형부의 생일을 챙겨준 이후 지금까지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으며 곧 내 생일날은 처제의 추모일이다보니 곤경에 처해있던 지난해를 제외하곤 늘 술잔을 부어왔다.
물론, 한 생명체의 탄생이야말로 중요한 사건일 것이다.
그러나 자기스스로 자신의 뜻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며 죽음에 이르는 것
또한 어쩌면 자연발생적인 평범한 일일수도 있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들에겐 모두가 꼭 같은 생일이란 상황이 주어졌는데 굳이 유난을 떨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말이다.
굳이 생일을 챙겨야한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모님을 생각하고, 그 가운데서도 열 달동안 뱃속에 간직하면서
키워주시느라 애를 쓰신 어머님에게 꽃 한송이라도 바침이 옳은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작 나 자신은 태어나면서 울어제낀 일밖에 없지 않은가. 고생은 엄마가 다했는데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 석달 열흘 후에 백일상을 준비하는 백일기념이야말로 면역력이 없는 아이의생명력유지의 일정한
기간이기도 하겠지만 아기를 핑계로 정작 산모의 산후조리기간을 염두에 두고 챙겨야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어머니의 신분을 갖고있는 여성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식구들의 생일은 챙겨주면서 정작 본인의 생일날엔
아무도 챙겨주지 않으니 제 손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생일파티를 준비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닐까요.
생명을 잉태하는 위대한 어머니이고 아내인 여성들이여, 그들만의 생일날 하루만이라도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
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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