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던 겨울날씨가 오늘부터 많이 누그러졌다.
그동안 미뤄왔던 어머니를 찾아보기로 한다. 아픈곳이나 없이 잘 지내주기만을 바라며...
지난번엔 절편을 만들어 갔었는데, 이번엔 백설기를 준비하였다.
치매환자의 인지능력이 부족한 면, 치아상태가 좋지않은 점,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못하는 점,
허겁지겁 삼키다가 목에 걸릴 염려, 등 질깃한 절편은 노인들에게 오히려 위험성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요양원측에서의 설명이기에 조금은 부드러운 백설기가 좋지않을까해서 준비한 것이다.
옮기는 발걸음마다에 온통 빌고있는 내마음은 아무탈없이 지내고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자식으로서 아무것도 하는일 없이 어쩌면 내욕심만 챙기고 있는지 모를일이다.
모처럼 찾아가는 방문길에도 마누라,아들, 딸, 누구하나 선뜻 따라나서며 동행하자는 식구가 없다.
내게는 부모이지만, 며느리에겐 시부모이고 아이들에겐 할머니라는 존재일뿐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위치와 입장이 각기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서운한 감정이 앞선다.
자식인 나역시 부모에게 잘 하는일이 없긴하지만 전혀 염두에 두고있지않는 아내의 생각과 아직
어리지만 그를 따라하는 아이들에게서 은근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잘하든 못하든 형식이라는 요식행위도있는데 그마저도 냉정함으로 일관하는 모습에서 씁쓸한 입맛을
느끼게 한다.
상대편(장모)에게 나도 이렇게 했던가?
사실 마음에 들지않더라도 형식적으로나마 이렇게 외면하진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참 냉정하다.
오늘도 어머닌 열심히 콩을 고르고 있다.
하얀콩 검은콩을 한소쿠리 섞어놓고 고르게하는 소일거리를 맡겨놓은 것이다.
어제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게 콩 고르는일에 열중일 것이다.
오랜만에 본 모습에서 다행히 편안한 모습으로 콩고르는 일에 열심이며 손가락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특별히 아픈곳없이 지내고 있기에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동생이라며 횡설수설하던 전과 달리 큰아들이라는것과 이름까지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에서 한시름 놓게한다.
애들 잘 노니? 핵교 잘 다니구?
예
근데 애들이 말을 잘 안들어.
애들이 다 그렇지 뭐.
난 말 잘들었잖아.
ㅎㅎㅎ 그렇게 어머닌 웃는다.
왜? 나두 말 잘 안들었어.
아니 잘 들었지.
부모말은 거역하지않고 잘 들으며 살아왔다고 자신은 생각하는데,
아마 나도 자랄때는 말을 잘 듣지않았나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돌아선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그나마 고맙습니다. 오히려 날 편안하게 해줘서...
<보호요양원을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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