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에 몹시 추운날, 초등학교고향친구들을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1년에한번 시골에서 만남을 진행해왔던 일이었는데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인지 아니면 망녕끼가
있어서인지 앞으로는 1년에 2회로 전,후반기로나누어 시골과 서울에서 각각 만남을 진행하자고
약속들을 했다.
사실, 우정을 돈독히하고 정다운 얼굴들을 자주보고 살자는 의미로서는 좋은 뜻이겠으나
각자 생활을하면서 만난다는것이 말처럼 쉽게 이뤄지기가 쉽지않고 게획하고 실행한다는것이
규모의 작고 큼을 떠나서 그냥 하면 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그날이 오늘인데, 아무런 준비도없고 계획도없이 날짜를 맞이하고만 것이다.
누구에게 책임이있는것도아니고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일도없이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할
공동의 책임이긴하지만 그래도 대표성을가지고 누군가 전면에섰더라면하는 생각이든다.
모두들 마찬가지로 이구동성, 시골친구들의 모임을 부담없이 편하게하자고 말들을하지만
그래도 여럿이 어울리면 사고가 다르기때문에 오합지졸이되기 쉬운일이 되어버린다.
이런일들을 방지하기위하여 대표를두고 나름의 규칙을 두는게아니겠는가.
마침 식당을하고있는 친구가있어서 장소걱정없이 잘 치루고난 모임이긴했지만,
다시한번 모임을 진행하고난 후에 가만히 생각해볼일이 많은것 같다.
우선, 생김새가 각기다르듯 모두는 서로 다른면이 있다. 그 다른면들을 서로 잘 이해하고
용서하고 너그러이 감싸고 안아줄수있는 아량의 힘을 길러내고 나를 저자세로 낮출줄도
알아야함이 절실히 요구되어지는데 그런 배려들이 부족함을 새삼 짚고 넘어가야하겠다.
너무 무식하게 자기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관철되기만을 바라며, 내의견과 다르다고 다른이의
의견은 무시해버리고자하는 미련한 행동들이 안타까움으로 비쳐진다.
이제 나이를 먹으면서 좀더 성숙한 어른의 자세로 돌아가자. 이렇게 요구해보며
그동안 느껴왔던 이놈들의 면모를 들춰보면,
Shon 이란놈은 아는것이많아 만물박사로 통하고 사람은 좋은데 고집이 염소고집이라 끝까지 우기고,
Man 이란놈은 생긴모양새처럼 미련하기 짝이없어 주위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제 주장만을 내세우며
싸움을할망정 제 고집을 꺾을 줄모르는 고집불통이고,
Yong이란놈은 착하고 말이없으며 간섭도 잘 안하고 대체로 여럿의 의견을 따르는 조용한 놈이고,
Ja야는 여자회장으로서 고집이 강하지만 모임을 이끌어가려 애쓰고, 이날은 초반부터 술을 많이마셔
일찍부터 잠에 골아 떨어져 함께 행동하지 못했다.
Kil이란놈은 총무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사리를 분별하며 이야기가 통할수있는 그야말로 좋은사람으로
평가된다.
Han이란 여친은 40년만에 처음 참석하긴했지만 모두가 인식하고있던 조용하고 참한 이미지를 벗어나
활동적이고 발랄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게 되어 모두를 의아하게 하였고,
서울에서 Na란놈도 이해하는척 말이 많고 큰소리의 대표주자며 노래방찾기를 즐겨하며,
Ahn이란 놈은 술이 약해 한잔으로 모든걸 내 팽개치듯 드러눕기 바쁘고, 하지만 똑똑하고 지식창고가
가득하여 늘 지적인 행동의 대표이고,
Lee란 친구는 사업을하고있는데 요즘 경기가 좋지않아 고생이 많지만, 마음이 그만이고 언쟁의 주변에서
개입한적없이 늘 조용히 지켜보며 사리의 분별을 하여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를 보지못했고,
Hur라는 친구는 몇해전 마누라를 잃어 외롭게 살아가느라 힘에겨운 날들을 보내고있지만, 성질이 칼같아도
늘 전화해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오고 누구라도 이해하고 좋은 사이가 되어가도록 노력하려는 정이 많은
친구이다. 이 날도 외롭다며 한잔술로 마음을 달래며 마누라하나 구해달라는 넉두리를 농담삼아
하는걸보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Park이라는 여친은 오늘의 식당주인이며 자리를 제공해주어 고맙고, 특히 가게를 찾아주어 고맙다고
한마디하는데 "옛날에 공부도 못했지만 꼭 그것만이 생의 전부가 아니라며 친구들간에 의리변하지 말며
재미있는 우리들의 삶을 엮어가자"는 압권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그 밖에 다른이들도 무난하여 무리는 없지만 가끔 무지하게 고집쓰는 경우들이 발생하여 모처럼 만난
우리의 마음들을 언짢게하는 일들을 이제는 스스로 배제하여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들이 많다.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있고, 마누라를 잃어 외로움에 처해있는 친구도 있고, 이혼을하여 혼자서
나날을 보내는 친구도 있고, 재혼을하여 새가정을 꾸린 친구도 있다.
모든 사정들이 본인에게 맡겨진 운명의 탓이겠지만, 곁에서 바라봐주는 친구가 있다는것은 그들에게
얼마나 위안이되는 존재들인것인가.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아니라 서로가 술 한잔 편히 나눌수있는 그런 관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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