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하루도...

동창과 친구.

by 江山 2008. 6. 28.

 

                                     (지난 1일 소재골에서의 동창모임)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무더워 점심에는 얼음을 동동 띄워 질기디 질긴 냉면한사발을

맛있게 말아온 마누라의 정성이 고마워 뚝딱 비워냈다.

허리가 불편하여 생활에 제약을 받을만큼 아픈 마누라를 대신하여 설거지며 걸레질을

대충하고 있는데 우리 모임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즉슨 잘 알지도 못하는 동창이라는 친구에게서 전화가왔는데 확인을 해달라는것이다.

나 역시도 기억에 없는 친구이지만 확인차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그 역시 친구이긴하지만 오랜세월속에 서로가 기억속에는 없으면서 25분씩이나

휴대전화를 붙들고 너널거리는 끈질긴 대화를 마쳤다.

통화가 길어졌다고 통화요금을 어떻게 감당할것이냐고 마누라에게 한소리 듣기도 했다.

 

시골에서 살다가 도회지로 갑자기 이사를 오게되었는데 딸내미를 시집보낸다며

친구들에게 알려 줄 것을 부탁한 전화였다.

2년전에 남편과 헤어지고 정신지체아인 아들곁을 떠날 수 없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낮선 도회지로 오게되니 환경이 바뀌면서 외로움이 밀려와 고향과 친구들이

그립고 보고파서 당장이라도 만나보고 얼굴을 상기시켜보고 싶다는, 어쩌면 애절하기

까지한 이 친구의 의도가 진정 무엇인가에 궁금증이 더한다.

 

우리는 보통 아무나 친구라고 하지는 않는다. 동창과는 구별된다고 본다.

동창이야 누구나 될수있지만, 동창이기에 친구가 될수있다고보진 않기때문이다.

어느정도 속내를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나눌수있을때 그래도 술한잔하자는 제안을 할수

있는것이며, 그 술잔속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들을 함께 볼수있어야 한다고 보여진다.

 

그래도 서로 아무것도모르는 내게 자신의 사생활을 음성 저편에서 모조리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못내 친근감으로 다가오며 고향을 한곳에, 동창이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오늘하루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명절은 없었으면 좋겠다.  (0) 2008.09.15
잘되면 내탓 못되면 조상탓.  (0) 2008.08.29
6월 소재골의 향연  (0) 2008.06.04
국어사전  (0) 2008.03.23
봄이오는 용마산  (0) 2008.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