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오늘은 동창들의 모임이있는 날이다.
오늘의 일정을 발표하지않은것이 못내 아쉬운 시간계획이되고 말았다.
그동안 모임의 자산이 뜻하지않게 바닥나는바람에 무기한 연기되어왔던 모임을 추진하게 되면서 회계를
담당하게 된 나로서는 여간 조심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일을 하다보면 진행계획에서 자산의 운용이 불분명하게 되어 여러회원들에게 의혹의 여지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항상 일의 진행에있어 돈이란게 모자르면모자랐지 남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지천명의 나이가되다보니 친구들이그립고, 오랜만의 얼굴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느라 찌든가슴들에 술잔을
기울이며 망중한을 보내는 것을 모두는 내심 기다려왔던 것이다.
얼마되지않는 살림살이를 짜임새있게 운용함에있어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언정
그렇게하려고 살림을 맡은 나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게되었다.
그러다보니 불만의 목소리도 만만치않게 되는것이다.
모처럼 만나게되는 여자동창들과의 회동도 여간 반가운일이 아닐것이다.
버스를 전세내어 고향땅으로 향하는 여정길에 오른것이다.
시골에가면 더많은 친구들이 우리들을 맞이할것이고 먹자판도 벌리며, 그옛날의 우리로돌아가
여러명이 모이다보면 늘 말썽부리는놈들이 한두명있어 오히려 재미를 더할수있는것인지도모르지만
약속시간보다 늦게출발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많은 인원이 만나다보니,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변해가는 얼굴들이 세월의 흔적을 여지없이 입증해준다.
반백이되어버린놈들에서부터 굵게 패여가는 주름살의 얼굴들, 반면에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할만큼
젊음을 유지하여 오랜세월속에서도 금새 알아볼수있는녀석들.
특히, 여자애들은 도무지 기억조차 나질않는 얼굴들이 태반이어서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어갈때도있다.
부산에서부터 전국에 흩어져있는 친구들이 총망라해서 모두들 모이는 자리이다.
6월 첫날의 일요일. 날씨마져 화창한 초여름이 우리의 일정을 반긴다.
모내기가끝난 농촌에선 이맘때가 가장 한가한 시절로 잠시 일손을놓고 철렵을하며 피곤했던 몸을
쉬기도하는 때이다.
온동래사람들이 남녀노소불문하고 갯가에다 가마솥을걸어놓고 매운탕이며 어죽을끓여서 동래제끼를
하여 쇠한 기력을 보충하는 기회를 삼기도한다.
반도를 들이대고 지레를 이용하여 돌들을 들춰내면 피라미, 퉁가리, 메기, 빠가사리,등등 씨알의 굵고
잘음에 관계없이 매운탕거리의 물고기들을 잡는다.
특히 퉁가리란놈은 지느러미가 날카로워 잘못 다루다가 손을찔리기라도할라치면 벌에게 쏘이는이상으로
통증이 심한 고초를 겪기도한다.
이놈은 벌처럼 쏜다고하여 쏘가리로 불리우는 지역도 있긴하다마는 엄연히 쏘가리와는 구별되며
도감엘보면 퉁가리로 기록되어있다.
소재골계곡,
처음 가보는 이 계곡에 우리들의 모임장소를 마련해놓았다.
골짜기이다보니 농기계의 출입이야 용이하련만, 커다란 대형버스가 다니기엔 여간 비좁은 길이 아닐 수
없었다.
미련한 우리촌놈들은 기꺼이 버스를 골짜기로 밀어넣다시피 바퀴를 굴려간 이곳, 그야말로 명경수가
여기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여기서 느낄만큼 깨끗한 천연의 그대로를 간직한 자연의 보고인듯했다.
자연의 따사로운 햇살을받은 녹색의 실록들이 이 계절을 찬란하게 만들고있었다.
태양볕을 흠뻑 머금은 푸른잎새들이 더욱 진한 엽록소를 저장하기 위해 하늘을 향한 몸부림이 그대로
삶의 찬가이며, 스쳐지나가는 바람결에 보드라운 살결을 허락한듯 부끄러운 손사레가 웬지 쑥쓰럽다.
잘 가꾸어진 분수대의 물줄기가 바위에 기생하는 이끼식물에게 생명의 물을 뿌려주고, 토닥토닥 이슬을
맞는 잎새들이 하늘을향해 노래한다.
매발톱과 해당화도, 작약과 엉겅퀴도 모두가 한가족되어 풍요로운 한낮을 즐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