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했던 한여름의 태양볕이 시간의 흐름앞에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정렬적이던 매미의
울부짖음도 기력이 쇠해지며 햇살의 빛깔이 완연이 변하여 가을색을 띄고있다.
엇그제 깨알처럼 하얀꽃을 피우던 벼이삭들이 제법 노란색으로 변하며 자양분을 가득채운
통통한 모습으로 알맹이가 영글어가고,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자세로 인간에게 겸손을 일러주며
황금 들판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여름의 굵은 땀방울로 고생한 농부의 수고를 이제 익어가는 곡식들로인해 모든것을 보상하며
풍성한 마음으로 이 계절을 맞이 할 것이다.
이맘때가되면 조상님들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묘소를 찾아가 곱게 이발도 해야하는
후손들의 책무도 주어지는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하여,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잊지않고 벌초길에 나섰다.
고향땅도 밟아볼겸 온 가족이 대동하여 먼 여행길을 떠났는데,
아내가 잘못 넘어져 아픔을 호소한다.
대충 아픈것이려니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상태가 심각하여 병원을 찾아갔더니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진단과 함께 영상사진을 보여준다.
땀을 흘려가면서 조상님들의 산소를 깎으며 후손들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라고 주문을 외며
정성을 기울였건만 곧바로 돌아오는 보답이 요런것이었던가.
아무래도 정성이 부족했던것인가, 아니면 내 욕심만 잔뜩 부렸기에 조상님들께서 노하신것은
아닌가.
기껏 벌초 잘하고 왔더니,
잘한일은 내가 잘나서 된일이요, 못된일은 조상에게 떠 넘기게되는 그런 경우가 되고 말았다.
이런 젠~장...
'오늘하루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0) | 2008.09.30 |
---|---|
내게 명절은 없었으면 좋겠다. (0) | 2008.09.15 |
동창과 친구. (0) | 2008.06.28 |
6월 소재골의 향연 (0) | 2008.06.04 |
국어사전 (0) | 2008.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