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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時論) 북한판 가미가제.

by 江山 2010. 4. 24.

 

제2차 세계대전 말, 미군의 제2차 세계대전 공세에 밀리던 일본군은 마지막 발악으로 가미카제(神風)라는 이름의 자살특공대를 조직한다. 전투기에 폭탄을 가득 싣고 오키나와 근해로 접근해오는 미군 함정들을 향해 돌격, 고의적 충돌을 감행하는 것이다.

전투기는 애초 250㎏의 폭탄을 싣도록 설계됐으나 전황이 악화하자 일본 군부는 파괴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500㎏을 실을 수 있도록 개조했다. 이럴 경우 전투기 연료는 120ℓ밖에 싣지 못해 항속거리가 크게 단축되고 귀환이 불가능해진다. 결국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단 출격하고 나면 그것으로 조종사와 전투기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흔히들 일본군 가미카제 특공대라고 하면 비행기만 상상하지만 또다른 무기도 있었다. 바로 ‘인간 어뢰’들이다. 2인1조로 어뢰에 탑승한 후 목표물을 향해 정밀 운전으로 접근, 어뢰와 함께 인간 폭탄이 되는 것이다. 일본 해군은 이를 가이텐(回天)이라고 이름붙였다.

1944년 11월20일 새벽 5시45분, 사이판 근해의 항구에 정박중이던 미군 유조함(油槽艦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항공 가솔린 40만5000갤런과 중유 8만5000배럴, 디젤유 9000배럴을 만재하고 있던 탓에 연속 폭발이 이어졌고 미해군 장병 50명이 함께 전사했다. 일본군 자살특공대 가이텐의 첫 개가였다.
당시 미 해군 당국은 유조함 폭발 사고에 대해 소형 잠수함용 어뢰 정도에 의한 피격으로만 추정했을 뿐, 인간 어뢰라는 사실에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인간 어뢰 공격을 감행했던 일본군 장교들이 죽기 직전에 함께 그린 그림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림의 오른쪽 위에는 굉음을 내며 침몰한다는 의미의 ‘굉침(轟沈)’이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그 왼편 아래에 그려진 미군 함정은 폭발과 함께 완전히 두 동강난 모습이다. 서해에서 두조각난 채 가라앉은 천안함 그대로다.
천안함 격침 사고 직후였다.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사회에서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시인 장진성(전 북한노동당 통일전선부 요원)씨와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거의 동시에 북한 해군의 자폭부대를 거명하면서 이들에 의한 인간 어뢰 공격 가능성을 짚었다. 장진성씨는 연평해전 직후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던 북한 해군의 피해 상황을 한국에서 발표했던 주인공이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판 가미카제인 북한 해군사령부 소속 자폭(自爆) 해병들은 모든 훈련 교본이 자폭 위주로 돼 있으며, 어뢰에 자체 모터를 달아 사람이 직접 목표물로 조정, 접근하게 돼 있다. 기뢰 또한 모터 기능을 장착한 군인이 직접 몰고가 폭파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김정일이다. 그는 1995년 선군정치를 선언하면서 군의 충성을 ‘자폭 정신’으로 규정해놓았다. 자살특공대의 구호 또한 ‘우리에게 살아서 돌아올 기름을 주지말라!’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 아닌가.

장진성의 설명에 의하면 북한 해군사령부가 제2 연평해전 이후 만들어낸 자폭 용어가 ‘인간 어뢰’라지만 이야말로 가미카제 전투기에서의 귀환 불가능한 연료 탑재와 함께 가이텐의 전형적 표절에 불과하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희극에 가깝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는 도조 히데키 내각의 총동원체제 모방에 지나지 않으며, 북한이 김일성을 태양신으로 대접하면서 태양절을 축하하는 모습은 아라비토가미(現人神)인 일본 천황 숭배 의식을 그대로 복사해서 흉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차 대전 말기 일본 군국주의의 말로를 들여다보면 북한 김정일 체제의 가까운 미래가 보인다.
누구를 위한 가미카제이고 누구를 위한 인간 어뢰인가. 자국 국민의 생명을 ‘쓰레기 폭탄’ 취급하는 광란의 지배체제는 일본군국주의에서 보듯 결국 가는 길이 정해져 있다. 그것은 정치체제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 스스로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이번 천안함 사고가 정말로 북한군 자살특공대의 소행이라면 그것은 북한 지배집단 스스로가 쓰는 묵시록일 수밖에 없다.

[[이신우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