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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Column

아버지의 뒤를 따라갑니다. (2007/12/05)

by 江山 2010. 3. 4.

 

 

내가 이제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다보니 이미 고인이 된 내 아버지가 생각난다.
배우지 못하고 가난에 찌들어 한 평생을 살다간 미련하기 짝이없던 내 아버지,
그 유전인자를 물려받아 나 역시 미련한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세월을
자꾸
밀어내며 나이를 더해가다보니 이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가끔은 있다.
 
논갈고 밭갈고 일에만 묻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미련한 삶을 정직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남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을때도 진실은 밝혀진다고 참고 사는 고집을 부렸었다.
아니 법적인 조치를 취할 줄 몰라서 그냥 시간을 보냈음이 옳을것이다.
 

우리 5남매를 키우면서 쓴소리 한마디없었고 반면, 칭찬의 말한마디없이 그렇게
냉정하리만치 
표현하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어도 자식들 또한 한번의 반항없이 옆길로
빠지지않고 가난을 벗삼아 잘살아
주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는 있다. 자식들의 진로문제, 질책 등등 관심이 없었기에 자식들 또한
관념없이 자라온 내 자신이 좀 더 진전된 생활이 못되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내 아버지의 약점은 술에있다.
옛날엔 많은 가정에서 그러했듯이 주정이 심하여 어머니와 자주 다투며 사는 현상들을
우리 자식들에겐 
더없는 치명상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난 싫었다.
군엘 다녀온 후 아버지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집을 나갔었다. 즉 가출인 셈이다.
발붙일곳 없는 객지에서 때마침 맞이한 추석명절에 집엘가지 않고 대신 편지를 써서 보낸적이 있다.
그 편지를 읽으시고 아버진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게 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자식들을 키우면서, 이제는 점점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해간다. 참 묘한 일이다.
내 어머니를 알아가고, 아버지의 심리를 읽어가며 왜 그래야 했는지를...
고칠수없는 환경을 이겨내려니 속이 많이 상했을것을... 

당신에게 귀한 자식이었을 이 미천한놈이 이제 아버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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