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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Column

집나간 다이아몬드 반지, 돌아오다.

by 江山 2010. 2. 17.

 

최근 오스트리아의 사업가 카를 라베더라는 사람은 자신의 저택과 농장은 물론,고급 차량등 54억 6400만원 상당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한 뒤 단칸 셋방으로 이사할 것이라고 한다.

영혼도 없고 감정도 없는 돈은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않을 것이다.

 

얼마전, 아내가 밤잠을 못자고 설치고 있다. 결혼 예물로 간직하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아줌마가되어 손가락이 굵어지다보니 맞지않아서 문갑속에 보관해오던 것인데, 나름대로 귀중품이다보니 밤새 안녕하신가하고 자주 확인만하고 보는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보석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소식도없이 요놈이 가출을 했는지 없어지고만 것이다. 

집안에서 없어진 물건이니 남을 의심할 수도없고 도선생의 소행으로 보기엔 이렇다할 흔적이 없었다.

 

결혼당시 없는 형편에 무리하여 만든 예물인것인데, 그냥 포기하고 넘기기엔 미안한 마음과 금전적인 가치로 따져봐도 비싼물건이기에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살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남아 눈감고 자다가도 어느순간 벌떡일어나서 잊어버린 놈이 죄가 많다는 말을 되뇌이며 구석구석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의심스런 곳은 다시한번 확인하고 장농의 이불이며 옷가지까지 몽땅꺼내어 뒤집어보고, 청소기속에 빨려들어갔는지도 확인하며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니 급기야 병이 날 지경이다.

 

어느날 꼭 같은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절친하게 지내는 이웃집 여자의 손가락에서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발견하게되었는데 의심할 여지없이 내것이란 확신이 든 것은 애지중지하며 수십년을 함께 해온 내 손가락의 분신을 모를리 없다. 특히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더 그렇다.

이후, 그 여인의 손가락에서 사라져버렸다. 팔아버렸으면 어쩌나, 그렇다면 아주 끝장일 것이다.

심증도 있고 물증도 어느정도 한곳으로 기울어 간다. 하지만 무턱대고 의심하거나 몰아세울 수 없는 노릇이다.

 

가을 전어맛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단다.

집나간 반지가 돌아왔다. 그 여인이 찾아와서 앉아있던 그자리 장식장밑 구석진곳에 그렇게 찾아헤메어도

없었던 그자리에 가만히 숨겨져 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수사관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확실해졌다. 무의식중에 착용했다가 얻어걸린 한번의 실수로 인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을까. 아마 먹는것이 살로 가지않았을 것이고

밤잠도 편히 자질못했을 것이며, 원위치를 시키기위한 방법의 기회를 언제 어떻게 할것인가를 무진장 고민했을 것이다. 

집나가면 개고생인데 어디가서 광채를 발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이제라도 집으로 돌아왔으니 눈물겹게 반겨줄것이며 돌아와준 너로인해 또한사람의 마음에 평정을 찾게되었으니 그이상

바랄것없이 고맙기만하다. 

그동안 오금이 져렸을 그 여인께서도 이제부터 오금을 펴고 잠을 청할수 있지않을까.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격이 되어 마음은 찝찝하다.

  

재물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불행하다고 한다. 외재적 가치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고의 행복은 역시 내재적 가치인 가정의 화목과 건강임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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