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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Column

혼자하게 내버려두자.

by 江山 2009. 10. 18.

 

 

 

써늘한 바람이 머릿결을 스쳐가니 콧등이 씽긋, 반갑지않은 감기가 찾아오려나.

자연스레 주머니에 두손을 쑤셔넣고 가을 길을 걸어간다.

시간의 흐름을 원망하며 秋男이 되어, 그동안 다들 어떻게 변했는지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몇 안 되는 친구들이지만 가지가지 많은 사연을 안고 사는 친구들이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콩나물시루처럼 입추의 여지없는 공간을 헤집고, 발디딜틈을

찾느라 무진 풍상의 어려움을 겪어가며 모질게도 살아가는 가련하면서도 떳떳한

친구들과 술이나 한잔 나눠야겠다.

예정된 인원중에 한놈이 보이질 않는다.

이유인즉, 아들놈을 군대에 데려다주러 갔다는데...

먹던 술이 쓴맛으로 확 변해버린다.

 

우리나라가 5,60년대엔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학력수준도부족하여 건강한

남자라면 무조건 군에 소집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글을 모르던 병사들이

있었으며 이런 병사들은 휴가기간이 되어도 스스로 집을 찾아 갈 수 없어서

데려다 주고오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대로의 복고열풍이 불고 있는 듯 하여 씁쓸하다.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학력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져 개나 소나 대학마당을

출입하는 시대가 되었건만, 오히려 정신력은 약해지고 의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요즘의 젊은이들을 보노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뒤에는 그렇게 만들고 있는 부모들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서양의 사고방식엔 귀한자식일수록 가시밭길로 내보내지만, 우리나라에선

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차이가 있다.

 

도로사정이 좋고 교통편이 좋다. 이정표도 잘 만들어져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명이 발달하고, 지식도 많이 쌓았고, 똑똑한 사회가 되었다.

유사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전장터에서 희생을 감수해야하는 군인으로

강군을 만들어가야 하고 나라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젊은이들로서 언제까지

부모곁에서 안주해야 되며, 언제까지 군인으로 가는 길까지도 안내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