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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Column

어찌하면 좋을꼬?

by 江山 2009. 10. 3.

 

야 야! 애들 먹을 사탕이나 과자를 사가져가야지.

아무것도 내가 준비한게 없는데 빈손으로가면 어떻게하니?

나 돈 없는데 엄마 돈 있어?

아니, 나도 없어.

그런데 어떻게 살 수 있어.

아까, ㅇㅇ이 한테서(작은아들) 돈좀 달라고 할걸 그랬구나.

돈없으니 그냥가자구요.

아니다 그냥 가겟집에가서 달라고하면 돼.

 

이렇게 답답한 이야기를하면서 집으로 옵니다.

올해의 추석명절이 내일로 다가온 것입니다.

내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요양원에 맡겨져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뇌출혈로 인해 수술의 후유증으로 정신에 이상이 생겨 치매현상으로 올바른 상태가 아닙니다.

당시 수술 후 병원을나와 일년여정도 생활을 같이하다보니 보살필 수 있는 능력의 부족으로

하는 수 없이 요양원으로의 길을 택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는 다른 형제들과의 이견으로 서로의

관계도 소원해지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부딪히며 살아야하는 내 심정을 아무도 이해하기란 힘들것이고, 이렇게 살다가는

가정이란 울타리마저 산산히 부서지는 상황이 초래되겠기에 어쩔수없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데,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는 큰아들임엔 틀림없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형제들이 내 입장을 이해해

줬으면하는 바램은 여전하다. 

 

전통적으로 큰아들인 내가 책임지고 거느려야하건만, 또한 그러해야한다고 철썩같이 생각하고 있다만,

결과적으로 그러하지 못함을 모두는 나를 비난하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못하게된것은 당신이 아들네집에서 죽어도 못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일인데,

기본적으로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어머니의 거부반응이 커다란 문제의 발단에서이다.

여기에도 분명한 이유는 있을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어려운 이 마당에 어머니가 과거의 모든것을

접어두었으면하는 내 마음이건만, 그런 인식의 상태로 치매현상으로 굳어버린 정신상태는 정상적으로 

되돌리기엔 이미 때가 늦은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이라고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데 이 또한 말처럼 쉬운 노릇이 아니다.

엉뚱한 이야기로 대화가 되지않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받아들이질못하니, 정상이라고하는 내자신이 더

답답하여 짜증만나고 큰소리를 질러대야한다.

 

이 큰아들집을 떠나서라면 어디서든지 살수있다는 오직 그 하나의 일념으로 보내달라고 애원을 해대니

도대체 이곳아닌 어느곳으로 가야하고 보낸단 말인가.

모두들 살아가기에 바쁜 처지이기에 다같은 내부모이지만 누구하나 책임지려고하질않는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식들의 꼭 같은 마음일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책임지겠다고 선뜻 나서는 자식들이없다보니 죽을 끓이던 밥을 짓던, 그 집안의 큰아들과

큰며느리 책임인것만은 사실이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느집이나 한결같이 그런 상태일 것이다.

 

오늘도 집에 오자마자 이 작은 집에서 어떻게 사느냐며 답답해서 못있겠으니 넓은곳으로 가야겠다며

애원하듯 매달린다.

그래요 이 아들이 작은집에다 못 살아서 죄송합니다.

 명절을 지내겠다고 오기는했지만  며느리의 얼굴을 맞닥드리게 되었으니 마음이 편치않아 대책없이

이 집에서 한시라도 해방되는것이 커다란 목적이 된것이다.

가야한다며 대문을 열고 걷지도못하는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갈길도 멀고 가야할곳도 없다.

그러나 오기는 계속된다. 설득도 통하지않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부모 자식의 관계라지만 같이 산다는건 너무도 힘들다. 아무래도 내 소양이 부족한 탓이겠지만 이끌고

가기엔 역부족이다.

 

겨우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 차례까지는 마쳤다.

명절이지만 동생놈도 연락도없고 오질않는다.

능력없는 형일지모르지만 이런식으로 행동한다면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지는지 두고봐야겠다.

형으로서 마음을 좀더 넓게 써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작은 소견머리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오늘도 난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다른 사람들의 편안한 명절을 보내게하기위해 부지런히 출근길을 재촉했다.

겨우 출근하고 앉자마자 전화가 왔다.

못 말리겠단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택시를 잡았다.

요양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다. 내가 도망갈 해방구는 바로 이곳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명절도없이 밤낮으로 봉사하는 천사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렇게해서 3일간의 휴가를 24시간만에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것이다. 

죄 많은 아들입니다.

아~

어찌해야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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