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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리 & Column

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by 江山 2009. 8. 11.

 

 

 

 

요즘이 한창 옥수수와 감자의 계절이다.

지역적 특성으로 비탈진 화전밭에 옥수수와 감자가 주로 많이 심어져 생산되는 강원도땅은 옥수수와 감자가

특산품이며 원산지인듯한 느낌을 주기도하는 홍천땅 두메산골에 그야말로 625동란이 일어났어도 모를 오지

벽촌에 고향을두고 살아온 촌놈이기도 하다.

 

60년대만해도 아버지께선 산에 불을 질러놓아 온 산을 홀라당 태워서 밭을(화전) 만들기도 했었는데,

 태워야 할 범위가 따로 정해진것이 아니기에 불길이 태울만큼 무한정태우고 스스로 자연소화되는 싯점을

기다리는 느긋한 삶을 살아왔던 지난 어린시절이 기억나기도 한다.

불길을 피해 산새들이 날아오르고 호랑이 맷돼지 노루며 산토끼가 이리뛰고 저리뛰며 피신을 하느라

바쁜날을 보내기도 했었다.

지금시대에선 말이않되는 일들이지만, 그때 당시엔 아무도 간섭하지않는 그야말로 자유를 마음껏 누렸던 

그런 시절이기도 했다. 

이곳에는 조, 콩, 팥, 옥수수(강원도에선 옥시기), 감자를 경작하였는데, 화전밭에서 일을 하고나면 타다남은

숯탄의 등걸들로인해 숯껌정칠로 표시를 내기도 했었던 과거가 있다.

팔뚝만한 옥시기를 따서 삶고, 감자를 쪄내어 소금이나 된장을 꾹꾹찍어 간을 맞추어 그것으로 끼니를 이어가던

그 시절이 머지않은 옛날이 되어버린 지금에서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 1

"某日 某時에 택배가 도착합니다" 라는 몇건의 문자 멧세지를 받습니다.

이는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애쓰신 선생님에게 뇌물같지만 뇌물이 아닌 강원도의 질좋은 제철 풋옥수수의

진짜맛을 보여주기위한 공수작전을 펼친것이다. 

비리가 많은 세상이다보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방법으로든

뇌물성격의 행위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 2

 오래전 꼭 이맘때다.

살아가면서, 지나온 즐거움보다는 슬픈과거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 더 기억에 남는걸까?

유독 내게만 해당하는 두뇌구조는 아닌것인지.

아주 어린코흘리게시절의 내 이쁜 여동생. 벌써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가슴이 아려오는 이쁜 내동생이 그립다.

 

"엄마 옥수수 따먹자" 

졸라대던 다섯살박이  그 아이가 그렇게 옥수수를 먹고싶어 했었는데, 

가난하였으므로 입식구 하나 덜기위해 타지로 떠나야 했던 큰딸이 엄마에겐 마음에 걸렸는지,

언니오면 따먹자며 피일차일 기다리다 그 언니가 오기도 전에

옥수수맛도 못보고 떠나간 그 어린아이가 왜 이렇게 그립고 오랜세월동안 가슴에 아픈상처로 남아있는지.

생각하면 불쌍하고 눈물나게 한다.

 

지금,

그 형제들은 이렇게 살고있는데 죄인처럼 미안해하면 안되는건지.

이제 세월이흘러 아부지도 세상을 멀리하고,  엄마도 이젠 기억도 못할만큼 모든걸 놓아버렸는데......

내가 자라 어른이되어 고만한 새끼들을 키우며 바라보니,

당시, 새끼를 잃은 엄마 아부지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옥수수가 익어가는 계절엔 잊었던 기억이 생각나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옥수수를 먹지않게 되었다.

별로 맛이 없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