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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물따라...

여름날의 산행(용마산348m)

by 江山 2009. 7. 17.

 한북정맥-수락지맥

 

 

그동안 게으름의 탓으로 마냥 미뤄왔던 산행으로의 출발을 시도해 보기로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족한 운동량으로 배만 뽈록하게 나오고 점점 움직임을 게을리하다보니 미련한놈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스스로 쳐다보고있으려니 자신이 한심하기만 하다.

본격적인 산행으로 심신을 단련하고자했던 정초의 계획이었지만 한번의 뜻도 시도해보지못하고 허송한 세월은

풀지못한 숙제들로 차곡차곡 쌓아놓고 실마리를 찾지못한 숨바꼭질의 연속이니, 뭔놈의 팔자가 꼬아진 새끼줄

처럼  이토록 배배꼬여가기만 할꼬. 모두가 팔자려니...

 

비가온뒤의 여름햇살이 무섭게 따갑다.

온상속의 여린 풀잎처럼 허여멀건 팔뚝이 여름햇살의 촉수에 벌겋게 달아오르고 가파른 오르막의 산길보다 더

부딛혀야할 난관이 그것이었다. 

연신 땀을 훔치며 여유로운 산행을 계획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을가린 높은 나무도 쳐다보고, 길섶에 조용히

자리하여 아무도 거들떠보지않는 풀한포기며,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맹이하나하나, 다소곳이 솟아난 버섯에도,

먹이활동에 열중이며 연신 앞발을 부벼대는 다람쥐와의 교감도, 햇살을 받아가며 열매를 키워가는 상수리, 산사,

밤송이등, 무수한 만물들이 오늘은 나의 발길에 동행하는 길동무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을 자처한다.

 

또한, 자신과의 묻어둔 수많은 이야기들을 묻고 답하며 명쾌한 해결법을 모색하진 못했어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사색의 좋은 시간을 마련할수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망우산에서 시작하여 용마산정상까지, 여기에서 능선을 타고 긴고랑마을로 하산하여 다시 긴고랑계곡으로 올라

망우산으로 돌아오는 약 6km의 코스를 다섯시간에 걸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마련했다. 

 

 

 

 

 

 망우산 정상에는 폐타이어들을 적치시키고 있었는데, 삼국시대 고구려의 병사들이 주둔하던것으로 추정되는 

보루를 복원하기위한 것으로서, 이곳을 비롯하여 용마산 아차산 일대는 보루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긴고랑마을로 하산하던길이 끊어지고 목적했던곳과는 반대방향으로 등산로가 형성되어있기에 우회하기에는

무리인것같아서 우거진 숲을 헤치며 하산길을 개척하기로 했다.

자그마한 산이지만 등산로가없으니 밀림 그 자체였다. 어느곳으로 길을 개척해가야하나하는 숲속에서의

막막함은 두려움까지 일게했다. 

그러나 옛날 군생활의 젊은날에 배워놓은 독도법을 이런곳에서 적용해야함을 실전에 옮기고 있는것이다.

 

푸드득하고 새끼산까치가 내 머리위에 앉는다. 밀림속이라 어둑한공간에서 잠시 놀라기도 했다.

온몸을 땀으로 적셔가며 광명을 찾으니, 그동안 내린 비로인하여 계곡물이 시원스레 흐른다.

아랫마을 피서객들이 즐비하게 모여들어 발담그고 소주도 까고 노래도 부르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나도 발을 담궜다.

참 좋다.

시원함을 얻는다는것, 땀흘린뒤엔 이 맛이 최고일거다.

모든일들이 이런 시원함의 맛처럼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는 모두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