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저리 & Column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by 江山 2009. 2. 7.

 

 

북극의 펭귄은 암컷이 산란을 하고 영양보충을 하기위해 바다로 나가면,

수컷은 영하50도의 혹한에서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60일 동안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포란을 책임진다.

가시고기나 문어들도 새끼를 부화시키느라 지느러미의 날개짓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기진맥진한 최후의 살점까지도 새끼들의 먹잇감으로 내던지는 숭고한 부성애를

우리는 눈물겹게 지켜보게 된다.

덩치가 암놈보다 훨씬 작은 사마귀의 경우도 그러하고 거미의경우도 짝짓기가 끝나면

암놈에게 잡혀 먹히는데, 전혀 방어의 수단도 강구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제공하여

새끼를 위한 암놈의 영양공급원으로 희생한다고 한다.


요즘, 경악을 금치못할 살인을 저질러온 강호순이란 인물이 붙잡혀 세간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이 자도 자식을 위해 그동안의 살인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펴내어

인세라도 받아서 자식을 키워야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고 있는걸 보면 종족보호의

본능과 생존을 위한 수단은 인간의 탈을 쓴 살인마도 뻔뻔하기 그지없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부성을 간직한 여느 동식물들과 같은 유전인자를 간직하고 있나보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은 언제 어느 때나 강해야하고,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아버지는 슬퍼서 울 수도 없고, 웃음이 헤퍼서도 안 된다.

아버지는 늘 의젓해야하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

우리들의 아버지는 근엄한 자세로 호통을 치며, 위험 앞에서 물러섬이 없어야하고

모든일에 첨병 역활을 하여야 한다.

우리들은 그런 모습으로 아버지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며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도 감정이 있기에 때로는 울고 싶고, 때로는 어디엔가 기대어 한없이

응석부리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모두가 현재 겪고 있는 경제불황, 실직과 구조조정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아버지의

자리가 그 어느 때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힘겨운 사지에 내몰리고 있다.

굳건한 바위처럼 의연한 자세로 지켜왔던 아버지는 혼자 술을 마시게 되고 담배의

연기를 한 모금 더 내뿜고 있으며, 불면증 환자가 되어야하고, 식욕을 잃어야 하며,

무기력하게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아버지가 무기력함을 보일 때 온 집안식구들은 함께 울적해지고 힘이 떨어지며

황량한 분위기로 자신에게도 마이너스의 삶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짓으로라도 아버지는 일어나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집안에서는 큰 기둥으로 햇빛의 그늘막이 되어야하고, 비올 때 우산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

식구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호해야 할 그들이 거기있고, 내가 일어서야할 이유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축 쳐진 아버지의 어깨에 따뜻한 식사 한 끼로 힘을 실어주자.

 

아버지는 외롭습니다.  

  

 

'주저리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녀석의 졸업식  (0) 2009.02.15
우리의 딸들이 최고여!   (0) 2009.02.09
기둥과 인연들  (0) 2009.02.03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  (0) 2009.01.20
박사와 환경미화원  (0) 200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