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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광화문글판<2019 가을편>- 시인 이생진의 "벌레먹은 나뭇잎"

by 江山 2019. 9. 9.


벌레 먹은 잎사귀의 모난 흠집에서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희생의 고귀함'이 담겼다.

누군가를 위한 헌신과 배려가 이웃들에게 삶을 긍정하는 힘을 전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금융신문발췌>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