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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온 글

침묵의 뇌 속 시한폭탄 "지주막하출혈"

by 江山 2013. 2. 13.


요즘처럼 주기적으로 강한 한파가 몰아치면 ‘뇌혈관 질환’이 생명을 위협한다. 특히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 혈관 벽이 선천적 결함이나 퇴행성 변화로 압력이 높아져 꽈리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평소 자각증세가 미미해 알아차릴 수 없는 질병이다. 혈관이 부풀어 있는 것을 비파열성 뇌동맥류라 하고,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지면 지주막하출혈(뇌출혈)이라 한다.

한번 터지면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어 ‘뇌 속 복병’ 또는 ‘뇌 속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사망률이 20%에 이르고 살아도 20% 정도는 영구적 마비와 부분마비 등 장애를 남겨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안기는 치명적 질환이다.

한류스타 안재욱을 쓰러뜨린 지주막하출혈은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증상을 보인다. 평소 자각증세가 미미해 알아차릴 수 없지만 한번 터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어 ‘뇌 속 시한폭탄’이라 불린다.
한류스타 안재욱이 최근 ‘지주막하출혈’로 5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 소속사에 따르면 안재욱은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가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뒤 이 같은 진단과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사람의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은 경막·지주막·연막으로 나뉜다. 이 중 중간에 있는 막이 마치 거미줄 모양과 같다고 해서 지주막 또는 거미막이라 하고, 연막과의 사이를 지주막하 공간이라고 한다. 지주막하 공간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큰 혈관이 지나다니는 통로이자 뇌척수액이 교통하는 곳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 지주막하 공간에 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뇌지주막하출혈이라 한다. 그중 뇌동맥류의 파열에 의한 출혈이 가장 많아 전체의 65∼90% 정도를 차지한다.

지주막하출혈은 크게 자발성 출혈과 외상성 출혈로 나뉜다. 자발성 출혈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뇌혈관에 꽈리 모양의 주머니를 형성하는 선천적인 뇌동맥류나 기타 뇌혈관 기형이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터져 뇌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의 파열, 뇌동정맥 기형의 출혈, 추골동맥의 박리, 뇌혈관염, 혈액응고 이상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이 중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이 대부분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 백민우 교수(병원장·신경외과)는 “심한 두통과 구역질 등 의식이 있는 경우에서 실신까지 그 증상이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증상은 갑작스레 머리를 망치로 맞아 깨질 것 같은 극심한 두통”이라며 “안구 운동이나 동공 움직임을 지배하는 동안신경이 마비됨에 따라 윗 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인 안검하수,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현상, 빛을 싫어하게 되는 광선공포증, 그리고 목이 뻣뻣해지는 현상 등 전형적인 수막 자극 증상이 나타나며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2003∼2012년 뇌출혈 및 뇌질환으로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에서 뇌혈관내수술을 받은 환자 2468명 중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는 805명으로 33.0%를 차지했다. 뇌동맥류 환자의 남녀 평균연령은 여성이 59.5세, 남성이 55세로 55∼59세 연령대에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05명 중 여성 환자가 67%인 539명, 남성환자는 33%인 266명으로 여성 환자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20∼30대도 39명으로 4.8%를 차지해 일부 젊은 층에서도 뇌혈관 기형이 나타남을 보여준다. 환자 수는 2003년 16명에서 2011년 16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