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나리에 [중앙일보] 2007. 12. 29일
그래서일까? 연말연시 거리는 화려한 조명으로 빛난다. 고층 빌딩 숲을 휘감은 빛의 축제가 한창이다. 형형색색 인공 조명 구조물이 탄성을 자아낸다. 그 덕에 서울의 밤 풍경은 몇 년 새 놀랄 정도로 바뀌었다. 야경의 세계적 명소 샹젤리제나 록펠러 센터와도 겨뤄봄 직하다. 빛의 향연을 사진에 담으며 일 년을 마무리하려는 이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 청계천 시작점에서 벌어지는 조명 축제는 ‘루체비스타’라고 불린다. 이탈리아어로 ‘빛의 풍경’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루미나리에(빛의 축제)’라고 불렸지만 일본이 재빨리 상표 등록을 해버리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이름이 바뀌었다. 일본은 1995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고베 루미나리에’를 열었다. 그해 고베 대지진으로 상처 받은 시민들을 위로하는 행사였다. 조명으로 건축물을 만들거나 치장하는 루미나리에는 이탈리아의 전통 축제다. 16세기 나폴리에서 시작돼 성인을 기리는 종교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에 와서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야경 축제로 발전했다. 관광 수입으로도 이어졌다. 이탈리아 조명회사들이 이 신종 사업에 앞장섰다. 루미나리에는 차세대 광원으로 불리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술과도 연관이 깊다. 루미나리에를 장식하는 조명이 대부분 LED다. 형광등이나 백열등보다 전력 소비가 적고 수은이 없으며 수명이 길어 친환경 조명으로 각광 받는다. 알록달록 풍부한 색감도 특징이다. 조만간 환경파괴적인 백열등을 대체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실제 미국의 ‘포린 폴리시’ 4월호는 LED에 밀린 백열등을 DVD, 비닐봉지 등과 함께 ‘앞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꼽기도 했다. 때마침 정부도 LED 조명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세계 시장규모가 1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가운데 ‘LED 조명 강국’을 향한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물론 연말연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진짜 보려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빛이 아닐 것이다. 빛이란 희망의 다른 이름, 고된 삶을 이어가는 동력이다. 인파에 쏠려 걷는 건지 떠다니는 건지 구분 안 될 정도지만 그래도 즐거운 표정의 이들이 진짜 보고픈 것은 희망이라는 삶의 빛이 아닐까. 어쩌면 진정한 루미나리에는 우리 마음속에서 열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기 새해의 새 빛이 밝아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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